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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 플랫폼 시장의 타 산업군

 금융산업은 규제와 보수성이라는 특성상 타 산업군에 비해 변화의 속도가 느릴 수 밖에 없다. 금융산업이 타 산업과 동일한 방향으로 흘러가지는 않겠지만,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이라는 메가트렌드적 시선으로 접근해보면 타 산업군의 현재에서 미래 금융산업의 일부를 찾을 수도 있을 것이다.

 

 앱·리테일 분석서비스 와이즈앱·리테일·굿즈는 2022년 1분기 이커머스 서비스의 결제액 순위를 발표했다. 1위부터 차례대로 쿠팡, 네이버, SSG닷컴, 배달의민족, 11번가 순이다. 이커머스 시장은 유통산업군에서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에 의해 창출된 신시장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여기서 중요한 포인트를 찾아야 한다. 하나는 SSG 닷컴의 3위라는 순위는 이베이코리아의 인수로 인해 지마켓, 옥션, G9 등 서비스의 합산 점유율을 기준으로 한다는 점이다. 또 하나는 우리나라의 유통공룡인 '롯데' 의 이커머스 서비스인 롯데온을 순위에서 찾아볼 수 없다는 점이다. 심지어 SSG닷컴과 롯데온의 순수 점유율은 유통인프라 또는 디지털 플랫폼을 갖추지 않은 11번가보다도 낮다.

 

 현재는 이커머스 시장이 성숙해지면서 롯데와 신세계도 자체적인 디지털 역량을 키우고, 과감한 인수합병을 진행한 상태다. 그러나 여전히 신세계는 업계의 선두로 올라서지 못했고, 롯데는 아직 이렇다 할 반전의 카드를 찾지 못한 모양새다. 왜 이커머스 시장에서 전통적인 대기업들은 오프라인에서 만큼의 영향력을 보여주지 못했을까? 우리는 여기서 쿠팡, 네이버, 이베이, 배달의민족, 11번가와 롯데, 신세계의 디지털 내재화 역량 차이에 주목해야 한다.

 

 과거의 롯데와 신세계는 디지털 서비스를 그룹의 IT서비스 계열사에 외주형태로 위임하고 있었다. 앞서 언급한 금융IT 업계와 같이 이들은 비효율적인 체계를 기반으로 본질에서 벗어난 형태의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었을 확률이 높다.

 

SSG닷컴 초기 UI

 

 위 그림은 SSG닷컴의 초기 UI이다. 이 UI를 통해 우리는 서비스가 신세계 계열사들의 정체성을 뽐내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소비자는 이 포탈에 물건을 구매하러 접속한다. JAJU의 숟가락이 이마트몰에서 오든 신세계백화점몰에서 오든 아무 상관이 없다. 두 계열사에 따라 숟가락의 품질에 차이가 있는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소비자 입장에서는 이게 어디서 오든 그냥 나한테 '빨리' 오는게 더 이득이다.

 

 쿠팡은 차별화된 물류시스템을 기반으로 로켓배송 서비스를 출시해 이커머스 시장을 빠르게 점유해나갔다. 신세계와 롯데는 이미 쿠팡보다 훨씬 더 먼저 전국적인 물류망과 오프라인 매장을 기반으로 한 서비스 인프라를 보유하고 있었다. 그러나 이들은 이제 이커머스 시장에서 쿠팡의 적수가 되지 못한다. 신세계그룹의 계열사들이 자신들의 '광팔이'를 위해 자사 로고를 온라인 탭에 노출시키기 위한 경쟁을 하는 동안, 쿠팡은 고객의 서비스 체감경험을 향상시키기 위한 인프라와 시스템에 대한 투자를 단행했다. 결과는 이커머스 시장에서의 점유율 순위로 표현되었다.

 

 롯데와 신세계는 뒤늦게 이커머스 시장에서의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 롯데온과 SSG닷컴을 설립했다. 새로운 계열사는 애자일 문화를 기반으로 한 디지털 조직을 내재화한 채로 출범했다. 이들에게는 더 이상 롯데정보통신과 신세계I&C 의 도움이 필요하지 않다. 이렇게 되면 IT서비스기업은 억울할 수도 있다. 마치 자신들 때문에 고객사가 디지털 플랫폼 시장에서 뒤쳐졌다는 것처럼 보이기 때문이다. 이는 반은 맞고 반은 틀리다.

 

 IT서비스 기업이 자신이 디지털 시장에서 선택받지 못한 원인을 시장선점 실패의 '책임소재' 에서 찾는다면, 이들의 미래는 없을 것이다. 이들은 정치적인 이유였든, 자신들의 경쟁력이 이유였든 간에 새로운 시장에서 스스로의 필요성을 입증하지 못했다. 이들은 자신의 시장경쟁력이 빅테크 기업보다 가치있다는 사실을 실력으로 보여주었어야 했다. 그러나 이들은 그렇게 하지 못했고, 디지털 플랫폼 시장에서의 기회를 잃었다.


디지털 역량 내재화가 필요한 곳은 바로 IT서비스 기업이다

 전 산업군의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은 거스를 수 없는 대세이다. 이를 위해 IT서비스 기업들은 고객사의 DT 사업을 주도하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그런데 무엇인가 이상하다. 빅테크 기업들과의 경쟁을 시작한 산업군에서는 IT서비스 기업을 점점 찾아볼 수 없다. 고객사는 비용과 리스크를 감수하고서라도 IT서비스 기업에 의존하는 방법보다 디지털 역량 내재화를 선택하고 있다. 롯데온과 SSG닷컴이 그랬고, CJ올리브영이 그랬다. 최근에는 LG U+가 디지털 역량 내재화를 발표했다.

 

 

'코딩'으로만 개발자 뽑는다... 올리브영 채용팀장 “기준은 도전정신”

“의아할지도 몰라요. 올리브영이 개발까지 하느냐고요. 하지만 개발자가 온·오프라인을 아우르는 독보적인 커리어를 쌓을 기회라고 자신합니다.” 올리브영이 ‘개발자’를 뽑는다. 정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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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U+ 'CDO' 조직의 KPI가 매출 아닌 '조직 변화'인 이유

“CDO(최고데이터책임자)로서 LG유플러스에 와서 인상깊었던 점은 경영진 전체가 데이터와 인공지능(AI)에 기반한 변화의 필요성을 절실히 느끼고 있었다는 것이다. 다른 사업 조직들도 마찬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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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실 지금 디지털 내재화 역량이 가장 필요한 곳은 IT서비스업계다. 앞선 포스팅에서 진단한 바와 같이 IT서비스 기업은 오랜 기간에 걸쳐 그 정체성을 잃어왔다. 이들의 서비스는 고객보다는 갑을 향하고 있으며, 이들의 주 업무는 비효율적 의사결정 구조에서 비롯한 비즈니스 오퍼레이션이다. 시장에서의 위기를 직감한 고객사는 더 이상 이들이 제공하는 '광팔이' 와 '책임소재' 가 필요하지 않다.

 

 IT서비스 기업은 현재의 문화와 역량으로는 경쟁력이 없다는 불편한 진실을 인정해야 한다. 그리고 근본적인 변화를 시작해야 한다. 자신들의 현재까지의 사업에서 본질을 벗어나는 '아이러니' 를 찾아서 제거해야 한다. 이렇게 얻은 효율을 자신들에게 재투자 하여 새롭게 거듭나야 한다. 같은 계열사의 로고가 아닌 실력으로 자신들의 경쟁력을 입증해, 고객이 디지털 역량 내재화를 선택하는 것보다 자신들과의 파트너십을 구축하는게 더 효율적이라는 것을 보여주어야만 한다.


금융IT 업계는 어떻게 살아남을 수 있을까

 금융IT 업계는 '아직은' 전통적인 외주기반 IT거버넌스 체계를 유지하고 있다. KB국민은행은 이번 코어뱅킹 현대화 사업 발표를 통해 디지털 내재화의 신호탄을 쐈다. 현재 산업의 거버넌스를 유지하고 있는 금융IT업계 종사자들은 타 산업군의 사례를 교훈삼아 자신들의 시장경쟁력에 대해 재고해야 한다. 이는 비단 금융IT 서비스 기업에만 해당되지 않는다. 금융IT 산업의 비효율성은 이를 구성하는 모든 조직에 의해 양산되었다. 현업 업무 담당자부터 n차 협력사의 개발자까지 자신이 현재 디지털 플랫폼 경쟁력을 가지고 있는지 냉정하게 돌아보아야 한다.

 

 먼저 현업 담당자는 자신의 상사가 아닌 시장을 봐야 한다. 비즈니스 오퍼레이터가 아닌 서비스 기획자의 관점으로 데이터 기반 의사결정을 내릴 줄 알아야 한다. 의사결정 기준은 서비스가 제공하는 고객경험이다. 이를 실현하기 위해 조직에 내재화 되어있는 업무지식을 보다 논리적으로 정리해 표준화 해야한다. 표준화한 프로세스 속에서 중복을 줄이고, 고객을 위한 서비스를 시스템에 녹일 고민을 시작해야 한다. 그 과정에서 각 사업부서간의 조율과 협업이 필요하다. 사업의 성공을 위해 비즈니스 조직은 프로젝트의 오픈이 아닌 프로젝트 결과물의 시장성과를 기준으로 하는 평가체계를 수립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현업부서는 앞으로도 계속 '위비톡' 과 '땡겨요' 같이 시장의 니즈와 전혀 관련없는 서비스를 출시하려 들 것이다.

 

 산업의 축이 디지털을 기반으로 재편되면서 금융사의 IT부서 혹은 IT계열사 종사자들의 역할이 중요해졌다. 이제는 자신들이 지원부서 직원이라는 수동적인 생각을 버려야 한다. 이들은 타 조직을 이끌어나가며 지속가능한 서비스에 대한 고민을 시작해야 한다. 지속가능한 서비스는 '끊임없는 개선' 에서 시작한다. 처음부터 완벽한 시스템은 존재하지 않는다. 불필요한 프로세스와 결함을 찾아 선제적으로 개선하여, 새로운 비즈니스를 시작할 타이밍을 놓치지 않도록 평소에 준비해야 한다. 금융산업에서 잦은 변화는 리스크를 동반한다. 이 리스크를 줄이기 위해 아무것도 하지 않는 방법은 이제 더 이상 시장에서 통하지 않는다. 정책과 업무 프로세스를 분석해 불필요한 절차를 과감히 없애고, 이를 통해 얻은 효율을 자신의 역량 향상에 투자해야 한다. 이들은 기획부서와 외주사를 아울러 최적의 의사결정을 내려야 한다. 필요하다면 현업부서를 선제적으로 설득해 움직여야 하고, 외주사를 움직일 수 있어야 한다. 금융IT 담당자로서 금융과 IT를 모두 잘 해야 하는 올라운더의 의무를 지고 있다. 결재만 잘해서는 미래를 보장할 수 없다.

 

 IT서비스사는 자신들의 본질이 어디에 있는지 고민해야 한다. 이들은 디지털 플랫폼 시장에서 빅테크와 직접적으로 경쟁해야 하는 의무를 가지고 있다. 먼저 자신의 역량에 대해 냉정한 판단을 내려야 한다. IT서비스 기업의 평균적인 역량은 빅테크에 비해 한참 떨어진다. '업무지식은 우리가 나아' 와 같은 일말의 안일한 인식도 버려야 한다. 이제 온라인 쇼핑은 네이버와 쿠팡이 롯데와 신세계보다 '업무적' 으로도 더 낫다. 역량의 차이가 벌어질 수 밖에 없는 이유는 이들의 사업비전에 있다. IT서비스 기업은 소프트웨어를 '공산품' 과 같이 취급한다. 시스템의 오픈을 목표로 Man/Month 를 기반으로 하는 일괄적인 양산체계로 찍어낸다. 빅테크 기업은 소프트웨어를 '프로덕트' 로 표현한다. 시스템의 오픈을 넘어 지속적으로 개선해야 할 서비스로 보고 이를 위해 조직의 역량을 개선시킬 투자를 감행한다.

 

 기능실행을 목적으로 하는 공산품과, 더 좋은 서비스 출시를 위해 진화하는 프로덕트 라는 비전의 차이는, 두 업계의 개발자 역량에 엄청난 차이를 불러왔다. IT서비스 기업에서는 개발자의 성장을 위한 문화를 찾아볼 수 없다. 기술공부를 하는 행위를 이상하게 생각하며 심지어는 '유난떤다' 라는 표현도 서슴치 않는다. '그 시간에 업무를 공부해라' 라고 훈수를 두시는 분들도 있다. 빅테크 기업은 개발자의 역량을 향상하기 위해 전사적 자원을 집중한다. 학습을 자사 비즈니스의 한 축으로 둔다. 결과적으로 이는 '투자' 효과를 일으켰다. 이를 통해 얻어진 구성원들의 역량과 효율은 기술적, 업무적 성장을 이끌었고 빅테크와 IT서비스 기업간의 절대적 우위로 나타났다. IT서비스사는 자신들의 산출물이 현재 시장이 요구하는 프로덕트가 맞는지 진지하게 고민해보고, 빅테크와의 비교열위를 극복하기 위해 '문화' 를 기반으로 하는 조직개편 작업을 시작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업계의 개발자들은 자신의 역량이 디지털 네이티브 기업에서 활용될 수 있을지 고민해야 한다. 앞선 포스팅에서 국민은행의 새로운 채용공고를 살펴본 바 있다. 이 공고는 '클라우드 환경에서의 업무경력 3년' 을 필수 요건으로 내걸었다. 이 글을 보고 읽는 사람이 일반적인 IT기업의 개발자라면 별 의미없는 조건이라고 생각할 수 있을것이다. 하지만 이 글을 읽은 금융IT 개발자들 중에 저 자격요건을 가지고 웃어넘길 수 있는 코어뱅킹 개발자가 몇이나 될까?

 

 오랜 기간에 걸쳐 금융IT 거버넌스 체계가 퇴보했다는 사실은 앞서 여러번 언급했다. 그 정도는 예상보다 더 심각하다. 대다수의 금융IT 서비스 기업의 개발자와 프리랜서들은 프로그래밍을 '조건문을 추가하는 일' 정도로 여긴다. '뭐 개발이 다 똑같지. 그냥 if문만 계속 추가하는거지 뭐' 라고 말하는 사람들이 대다수다. 심지어 간단한 문자열 비교나 자르기도 어려워 하는 사람들도 많다. '기술보다는 업무가 중요하다' 라는 문화속에서 그저 돌아가기만 하면 되는 시스템을 구현하느라 기술의 발전을 등한시한 결과다. 그래서 금융IT 업계에는 '키맨' 을 찾아볼 수 있다. 적은 수의 키맨들의 희생에 의해 시스템은 동작하고 있었다. 최근 개발자의 처우가 비약적으로 향상되면서 이 키맨들은 자신들의 가치를 인정해주는 곳을 찾아 시장을 점점 떠나고 있다. 고객은 키맨이 없는 IT서비스 회사의 도움이 필요하지 않아졌다. 다른 시장의 개발자 풀에서 자신의 미래를 찾기 시작했다.

 

 개발자들은 지금이라도 자신의 역량을 향상하기 위한 학습을 시작해야 한다. 혼자 하기 어렵다면 팀원을 설득해서 함께 나아가야 한다. 학습은 기본소양을 갖춰준다. 이것만으로는 시장에서 요구하는 수준을 달성하기 힘들다. 실무경험을 통해 자신의 역량향상을 경력으로 녹여야 한다. 이를 위해 소속회사와 의사결정자를 설득해야 한다. 분명 변화를 거부하는 저항에 부딪힐 것이다. 하지만 시간은 기다려주지 않는다. 머지 않은 시일 안에 훨씬 뛰어난 역량을 가진 개발자들과 경쟁해야 한다. 작은 것부터 보여주어야 한다. 자신의 기술적 역량이 비즈니스에 도움을 주어 소속회사와 고객사의 이익에 기여하는 선순환을 지속한다면, 신뢰를 얻을 수 있다. 이 신뢰를 바탕으로 자신의 성장을 위한 정책을 업무의 일부로 요구할 수 있을 것이다.


정책이 아니라 문화다

 금융IT 업계가 살아남기 위해서는 여러 이해관계를 가진 다양한 조직이 합심해 시장에서의 경쟁력을 입증해야 한다. 이들을 한데 묶을 수 있는 고리는 문화로부터 시작해야 한다. 기존의 획일적이고 수직적인 정책기반의 의사결정 구조로는 시장의 복잡한 요구에 신속하게 대응할 수 없다.

 

 먼저 공급자 중심의 개념부터 바꿔야 한다. 'IT부서에서 만든 단말' 이라는 '전산' 개념을 '고객에게 전달해야 할 차별화된 경험' 이라는 뜻의  '서비스' 라는 개념으로 바꿔야 한다. 또 '회사에서 해야할 일' 이라는 '업무' 라는 개념을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영역' 이라는 뜻의 '도메인' 이라는 개념으로 바꿔야 한다. 비즈니스의 목표가 서비스의 수혜자를 정확히 향하게 되면, 기존의 왜곡된 방향에서 생겼났던 불필요한 일들을 제거할 수 있다.

 

 그간 금융IT 구성조직 사이에는 서로에 대한 불신이 팽배했다. 각 조직이 왜곡된 본질에서 서로 다른 목표를 향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이제 '책임소재' 를 가지고 다투는 일을 멈춰야 한다. 서로의 장점을 살려 긴밀하게 협업하지 않으면 디지털 플랫폼 시장에서 공멸할 수 있다는 위기의식을 가져야 한다.

 

 조직을 하나로 묶는 것은 하향식의 정책이 아니라, 구성원들의 자발적인 참여로 형성되는 문화이다. 문화는 공감에서부터 시작된다. 공감은 지속적인 커뮤니케이션을 통해 얻을 수 있다. 요즘 주목받는 '애자일' 조직이 갖는 특징이 여기에 있다. 애자일 조직은 짧은 스프린트를 주기로 지속적인 커뮤니케이션을 유지한다. 이렇게 일하는 방식은 조직 구성원들 사이의 공감을 기반으로 하는 문화를 형성한다. '애자일' 이라는 트렌디한 단어에 현혹되어 스프린트 프로세스를 정책으로 구성해 강제로 적용하는 것은 실패할 확률이 높다. 구성원들의 사고방식과 조직의 문화를 어떻게 변화시킬 지 고민하다보면 '애자일' 은 자연스럽게 따라올 것이다.


정책의 한계를 돌파하는 기업이 시장을 선도할 것이다

 금융산업은 국가의 정책을 기반으로 움직이는 규제산업이라는 점에서 타 산업군과 큰 차이가 있다. 이 때문에 시장을 선도하기 위해서는 기업의 자체경쟁력과 더불어 정책을 대하는 관점에서의 차별화된 전략이 필요하다.

 

 먼저 자신들의 행동이 정책을 과대 해석한 것인지 고민해 보아야 한다. 금융감독원 이라는 국가 정책기관의 존재가 부담스러운 것은 맞다. 그러나 정책을 해석하는 행동이 과도한 의전을 내포해 대고객 서비스 경쟁력을 약화시키는 일은 없는지 잘 살펴보아야 한다. '여신의 비율을 줄여라' 라는 정책은 '수신의 비율을 늘려라' 라는 가이드로 치환할 수도 있다.

 

 정책을 해석하는 시선을 넘어 정책을 주도하는 순간, 시장의 주도자가 될 수 있는 기회를 열 수도 있다. 토스 서비스를 운영하고 있는 비바리퍼블리카의 이승건 대표는 2014년부터 토스의 간편송금 서비스를 내놓기 위해 직접 금융당국과 은행을 찾아다니면서 관계자들을 설득했다. 토스는 오랜시간에 걸쳐 정책과 금융업계의 룰을 바꾸는데 성공했다. 이렇게 출시한 간편송금 기능은 토스를 플랫폼으로 만드는 '킬러 서비스' 의 역할을 톡톡히 수행했다. 토스는 오늘날 플랫폼으로써 토스뱅크, 토스증권을 아우르는 금융 슈퍼앱의 형태로 진화했다.

 

 필자는 보수적인 금융권에서 더 나은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스스로 힘든 길을 걷고있는 토스를 응원한다. 그러나 살짝 안타까운 면이 있는것도 사실이다. 최근 토스는 보험설계사에게 개인정보를 판매했다는 논란에 휩싸인 바 있다. 사실 토스는 정책적으로 아무 잘못을 하지 않았다. 정책을 해석하고 고객에게 서비스로 전달하는 과정에서 임의의 판단을 내린 것이 문제였다. 토스는 고객에게 좋은 일이라는 이유로 자신들이 판단한 내용을 세심하게 알리지 않았다. 똑똑한 고객은 미묘한 표현의 오류에서 개인정보 판매라는 부정적 이슈를 제기했고, 이는 토스에게 큰 타격이 되었다. 토스가 고객의 입장을 조금만 더 생각했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있다. 그러나 토스의 이러한 이슈는 고객을 향한 서비스 위에서 발생했다. 기존 금융사들이 일으키던 로그인 불가, 타임아웃과 같은 서비스 품질과 관련된 이슈와는 그 본질부터 다르다.

 

[이슈진단+] [기자수첩] 토스 논란에 관한 팩트체크

토스가 연일 시끄럽다. 토스가 보험설계사에게 개인 정보를 판매했다는 점이 보도되면서 토스를 더 이상 쓰지 않겠다는 '불매 운동'까지 거론되고 있다. 토스에 대한 논란은 자극적으로 포장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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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장의 고객은 현명하고 냉정하다. 정책을 핑계삼아 아무것도 하지 않거나, 자신들의 잘못을 정책의 탓으로 돌리려는 기업을 고객이 이해해주어야 할 이유는 없다. 고객의 더 나은 삶을 위해 정책을 해석하고, 더 나아가 더 좋은 정책을 이끌어내려는 기업은 시장의 선택을 받을 수 있을 것이다.


본질속에서 가치를 찾는 기업이 미래를 주도할 것이다

 지금까지 KB국민은행의 코어뱅킹 현대화 사업을 중심으로 금융IT 업계의 현재와 미래에 대한 필자의 생각을 적어보았다. 긴 포스팅에 걸쳐 여러 주제를 다루느라 중복되거나, 흐름을 벗어나는 이야기도 다수 포함한 것 같다. 필자의 주관적인 생각이 많이 들어간 만큼 다른 견해와 시선이 있을 수 있다. 또 이미 문제점을 인식해 더 나은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는 기업들도 많을 것이다.

 

 한 가지는 확실하다. 금융사의 존재이유 라는 본질속에서 소비자를 위한 가치를 찾아 제공하는 기업은 어떠한 형태의 시장에서도 경쟁력을 가지고 미래를 주도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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